성공회 질문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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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의 모호한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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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준님의 질문 4

via media를 택하는 성공회의 특성상 신자들도 성공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인들도 있지만 천주교에서나 개신교에서 옮겨온 이들도 꽤나 많은 것 같습니다. 즉, 먼저 그리스도교를 어떤 형태로든 접하지 않고서는 성공회를 이해하고 다가가기가 너무 어렵지 않느냐 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예배전례문이나 기도서도 고어투가 많아 어렵기도 하고 신자들의 정체성도 천주교에서 온 신자는 성만찬을 천주교의 희생제사 그대로 이해하고 있을 수 있고 개신교에서 온 신자들은 일부는 그저 예식이 아름다워 올 수도 있고 여하튼 성공회의 정체성이 너무 복잡하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답변의 시도 4

좋은 지적이십니다. 현재 성공회 신자의 많은 분들이 천주교와 다른 개신교파에서 옮겨 오신 분들입니다. 그러나 역시 성공회를 통해서 처음 그리스도교에 입문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떤 조직과 공동체에 들어간다는 것은 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그 조직이 좀더 광범위하게 알려져 있으면 그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동화되는데도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것이지요. 우리 나라의 교회 사정상 천주교나 개신교가 그런 예이지요. 아마도 성공회가 우리 사회에서 작은 교단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나온 걱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성공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과 다양한 신앙교육을 마련해야 한다는 애정 어린 비판으로 들립니다. 그런 비판에 감사드립니다.

성공회는 현재 기도서를 개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언어의 문제는 이런 점들을 통해서 조금씩 해결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언어도 어떻게 익숙해지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개신교는 아직도 고어투가 지배하고 있는 한글개역판 성서를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모든 언어나 예식, 그리고 어떤 정체성에 대한 선언이 쉽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우리의 신앙을 좀더 깊이 할 수 있을까 하는 관심에서 이런 일들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회는 이런 점에서 교리 자체에 대한 논쟁을 삼가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분명히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실체 변화 교리”(화체설)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한 사람의 신앙인이 갖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한 신앙적 확답은 사실 매우 폭넓어서 교리적인 몇가지 선언과 설명으로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개신교의 성찬례 분위기를 생각해 보십시오. 같은 교단의 교회라 할 지라도 그에 접근하는 태도들이 얼마나 다양합니까?

성공회는 이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하면 한 공동체 안에서 서로 격려하고 축하며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정체성은 그러므로 어떤 교리적인 선언에서나 확고한 신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성공회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성서와 교회의 역사적인 전통 안에서 하느님께 예배하는 공동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 예배 가운데서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새로운 실천을 다짐하면서 신앙의 실천을 통해서 하느님께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공동체인 것이지요. 저는 그럼 점에서 “비아 메디아”(via media)를 어떤 가운데의 길, 중도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길 가운데” 있는 신앙인과 교회, 즉 하느님을 향해서 “계속 길을 걸어가는” 태도로 이해하고 싶은 충동이 많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아마도 성공회의 다양성과 어떤 점에서 혼란스러운 것 같은 그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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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khfaq

10월 6, 2003 , 시간: 1: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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