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질문 답변

an Korean Anglican FAQ blog

천주교와 개신교의 대립, 그리고 성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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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부님. 밴쿠버에서 일전에 질문드린 유진입니다.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요즘 학업때문에 많이 바쁘시겠군요. 저는 인터넷에서 한글을 쓸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아서 저번응답에대한 감사의 인사를 못드렸습니다. 죄송 합니다. 늦게나마 질문의 성실한 답변에 감사 드립니다. 신부님의 답변이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궁금한게 있어서 질문 드립니다. 시간이 닿는대로 상세한 답변 부탁 드립니다.

#질문: 왜 천주교회는 자기들만이 구원이 있다고 주장하며, 왜 개신교회나 교인들을 업신 여길까요? 개신교회들을 도대체 교회로 인정하질 않던데, 그건 크리스챤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오만방자함이 아닌가요? 그런 태도를 보이는 천주교인이나 천주교 관련 웹 사이트들을 보면 심히 불쾌 하군요. 우리도 고대 에큐메니칼 3개의 신조로 신앙고백을하고, 성삼위 일체를 믿는데, 왜 교회가 아니며, 왜 구원이 없다고 하나요?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축소시키고 변질시킨 잘못된 복음을 가르치고 있지 않나요? 희생제사로서의 성체성사등의 가르침은 명백히성경의 가르침과는 틀리지 않나요? 또한 그들의 의인론은 전적인 하느님의 은혜가 아니라, 인간의 행위가 개입된 Semi-Pelagianism또는 Synergism을 가르치고 있지 않나요? 이것이야말로 복음의 변질이며, 그것을 선포하고 가르치는한 그들이 잘못된 교회 같은데….. 여하튼 심히 불쾌하고, 머리속이 어지럽기도 합니다. 이에대한 답변을 꼭 부탁 드립니다.

그럼 부디 학업에 좋은 결실이 있으시길 기원하며,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주님안에서 유진 올림.

+ 주님의 평화

아주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줍잖은 답변이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매우 기쁩니다.

몇달 전에 포틀랜드에 잠시 날아갔다 온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좀더 가면 유진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지요.

다시 좋은 질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질문이라기 보다는 안타깝고 슬픈 질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평화와 화해를 바라는 종교 안에서,
그것도 사랑과 평화를 통해서 구원 역사를 이루신 예수님을 함께 믿는 사람들이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것은 매우 슬픔을 떠나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현대 교회는 교회의 분열에 대해서 몹시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세기는 그동안의 분열에 대해서 하나의 “죄”로 인식하고,
갈라진 교회들 간의 상호 이해와 일치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성공회를 필두로 해서 많은 개신교들이 이러한 교회 일치 운동(에큐메니칼 운동)에
적극 참여했지요. 물론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천주교)도 여기에 자극을 받고
교회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진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여전히 여러 교회들은 이러한 분열을 그대로 답습하고,
분열을 통해서 다른 교회에 대해서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자기 교회의 정체성을 찾으려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심리적으로 볼 때 매우 유아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지요.

세계적인 수준에서 그리스도교의 일치 운동이 진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개신교의 분열은 더욱 심한데다,
같은 서방교회 전통 안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에 뿌리를 대고 있는
개신교가 천주교를 손쉽게 이단시하는 태도들은 매우 볼썽 사납습니다.

천주교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개신교를 “갈라져 나간 형제”라고 나름대로 “격상”하다가도, 최근에는 이러한 태도에서마저 후퇴하여 개신교회들과는 대화조차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는 최근 로마 가톨릭 교회가 보이고 있는 보수로의 회귀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의 배타적인 태도가 여기에 덧붙여져 있는 듯합니다.

천주교가 한편으로는 종교 간의 대화를 부르짖으며 한국의 전통 종교 등과도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같은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구원자로 고백하는 다른 개신교회에 대해 유독 배타적인 것은 매우 모순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고, 천주교가 선도하는 듯한 종교간 대화에 대한 의구심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전 세계적인 성향은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여기 버클리에서 공부하면서, 가톨릭 학교에서도 수업을 듣고 이런 문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만, 의식있고 깨어있는 분들의 태도들은 전혀 다르지요. 아마도 천주교회의 개별 교회 현장에서는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여전히 이런 태도들을 가지고 신자들을 교육하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먼저냐 할 것없이, 자신의 정당성을 배타적으로 주장하려는 개신교 일각과 천주교 일각의 태도는 분명히 복음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런 태도들이 한국에서 여전하고, 특히 외국에 있는 한인 교회에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는 소식을 들을 때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유진님께 한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성공회는 그동안 이러한 분열과 대립에 대해서 화해를 만들어가는 일을 자임해왔습니다. 여기에 우리 교회의 정체성이라면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태도 안에서 자칫 성공회가 특성없는 교회처럼 보일런지 몰라도, 그래서 성공회만을 배타적으로 주장하고 싶더라도, 이러한 유혹을 극복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교회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우리 자신을 반성해보고,
또 다른 개신교나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우리가 배우고 따라야 할 것들을
오히려 존중하면서 경청해준다면, 새로운 길이 열리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교의 분열을 염려하고, 그 치유를 위한다면, 바로 이러한 상호 배움과 경청을 자발적으로 하는 교회가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저는 바로 여기에 성공회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성공회는 전혀 다르게 “성찰”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점에서 성공회 신자는 좀더 복음적인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너그러움”과도 통하는 구석이 있지요.

잡담처럼 들리는 답변이지만, 널리 헤아려 주십시오.
좀더 많은 대화를 통해서 함께 더욱 큰 그릇을 만들어 봅시다.

주님의 크신 사랑 안에서

주낙현 신부 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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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khfaq

1월 24, 2003 , 시간: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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