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질문 답변

an Korean Anglican FAQ blog

기억의 상처들

leave a comment »

안녕하세요? 신부님.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성당에 다시 나가
주일미사에 참례하였습니다.
십년 넘는 냉담 끝에 오랜만에 성당에 나가 영성체하려니까
알수없는 뭉클함이 샘솟더군요.

오늘 문득 신부님 약력이 궁금해서
홈페이지 다시 들어가 약력을 보니
헉.
저랑 동문이시더군요.
저는 사회학과 90학번입니다.
신부님께서 고민하며 살아오셨던 지난 날들이
제 가슴을 뜯으며 상상이 되더군요.
아직도 저는 그 심적인 격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어제는 근처의 천주교회에 나갔습니다만
조만간 성공회 교회에도 나가볼까 합니다.
대전에 두군데가 있는데 가까운 곳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아참! 사진 보니까 신부님 무척 잘생기셨더군요.
성공회 사제이니 망정이지 천주교 사제였으면 큰일날 뻔했습니다.^^

행복한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주님의 평화

아타나시오 형제님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에 미사에 참석하셔서 영성체를 하셨다니
마치 제 일처럼 기쁩니다.
“알 수 없는 뭉클함”이라고 하셨지만
그건 분명히 뼈있고, 깊은 영적 감동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동문이시라는 말씀에,
지난 시절 중앙도서관 앞의 땡볕이며 교문 앞에서 벌이던 그 모든 일(^^)이 다시 새롭군요.
지금도 백양로는 그걸 어찌어찌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 거리를 걷는 지금 사람들은 또 다르겠지요?
얼마 전에 학교 은사님을 찾아뵈러 정말로 오랜만에 들렀습니다만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습니다.

그 거리에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눈을 마주치거나
소매 깃을 스쳤을 수도 있겠지요.
혹은 매운 최루가스에 숨을 헐떡이며 주저 앉아버린 동료를
서로 부추기면서 만났었는지도 모릅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다른 분들의 삶과 체험에 비하면
우리들의 고뇌와 갈증은 정말 미미하게 보일는지 모르지만
그 때 우리는 정말 괴로웠지요? 그리고 사랑하고 싶었지요?
그 열정이 지나쳐서 우리는 그 반대로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그것은 다시 내게 기억의 상처로 되돌아와 여전히 딱정이가 앉지 않고
틈만 나면 다시 후벼지고, 쓰라린 현재 진행형인 상처로 남습니다.
한동안이나 이를 어떻게 이겨내볼까? 어떻게 벗어나 볼까? 어떻게 지워볼까? 괴로워했지요.
그러다가 그런 노력들이 여전히 상처를 덧나게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기까지
또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상처는 상처대로 남겨두고 살아가자.
섣불리 치유하려고 다시 덤비지 말자.
이런 생각들이 다시 자리잡기 시작하는 거지요.

이런 기억을 더듬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된 형제

주낙현 신부 합장

Advertisements

Written by skhfaq

7월 26, 2002 , 시간: 11:17 오전

Uncategorized에 게시됨

Tagged with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