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질문 답변

an Korean Anglican FAQ blog

교부 전통과 종교개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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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연일 좋으신 말씀을 많이 듣게 되고 그 은혜 속에 지적으로 비록 매우 작게나마 성장하는 저 자신을 느끼게 되어 매우 감사합니다..

음, 쩝~ 제가 들으니 가톨릭교회에서 성직자등의 정치참여를 명확하게 법으로 정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하더군요..1982년이던가..교회법전을 정비하면서…관습상으로만 전해오던 성직자정치참여 금지를 법제화했다고 하던데..아마 전에 말씀하신 쿠바신부의 경우 그래서 그때는 가능했는지 잘 모르겠군요…

음, 오늘은 이것을 하나 여쭈어 보고 싶군요..

제가 들으니 개신교 주류교단에서도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프란시스코 등은 신앙의 선배로서 존경한다던데요, 사실 이들을 가톨릭교회에서는 교회의 기틀을 다지고 찬란한 금자탑을 쌓은 가히 기념비적인 인물들로 추앙받고 있어요..
교회의 영속성 측면에서 볼 때.. 말에요.. 루터나 칼빈, 헨리 8세등이 이들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제가 이것을 어느 장로교인에게 문의하였더니 他개신교에서는 딱히 아우구스티누스 등을 계승한다는 의식은 없고 단지 신학적인 지평이 그들과 같다고 이해되므로 존경할 뿐이다고 하더군요..

개신교 중에서는 가장 가톨릭적인 요소가 강한 성공회에서는 아마도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프란시스코등을 공경하는 신심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마는,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성공회가 문자 그래로 ‘성스럽고 공번된 교회’로서 이들의 후계자로서 이들의 정통신앙을 계승하기 때문인지요..? 또한 그것은 성공회에서는 헨리 8세등의 성공회 종교개혁자들이 이들의 신학을 승계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저희가 보아도 무방하겠는지요?

아니면, 단지 성공회에서도 기본적으로는 프로테스턴트 계열이니 루터, 칼뱅, 헨리 8세등의 종교개혁정신에 대한 계승의식이 강하고 단지 신학적인 지평을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이분들을 가톨릭에서는 敎父라고 존칭합니다만, 성공회에서도 그말을 쓰는지..) 등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이 분들의 신학을 연구하여 재해석하는 것인지요..? 또한 베네딕도와 프란시스코등과 같은 중세시대의 성인들에 대하여 단지 신앙의 훌륭한 선배로서만 이해하는지…궁금하군요..
사실 가톨릭에서는 베네딕도와 프란시스코 성인등 중세시대의 성인의 靈性을 계승한다고 자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질문이 다소 산만한 경향이 있지만, 영민한 신부님께서는 질문의 핵심을 잘 파악해내시리라 믿습니다,..^^*
다만 신부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문제와 생각에서 차이가 있을수 있으나 그것은 단지 저의 소견이 좁은 탓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답변을 기대해봅니다..

+ 주님의 평화,

안녕하세요? 게파님.

답변이 너무 늦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때쯤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들로 겹치게 출연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차분히 앉아있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심적인 분란이 있었던지라 ^^

연일 좋은 질문 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 수준 높은 숱한 의문과 질문에 제 답변이 신통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해보지요.

질문을 요약하자면…

게파님은 천주교가 어거스틴, 토마스 아퀴나스, 프란시스 성인들을 계승하는 교회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고, 종교개혁은 실제로 천주교와의 분리이니, 종교개혁자들은 이들을 계승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성공회가 종교개혁자들과 갖는 친연성과 더불어 교부들의 성과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덧붙여져 있군요. 그밖에도 여러 의미가 있는 의문들이 중첩되어 있구요.

답변을 시도하자면…

1. 교부들의 신앙은 모든 그리스도교회가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선 말씀하신 어거스틴(아우구스티누스)이나 토마스 아퀴나스, 프란시스(프란치스꼬) 성인의 행적과 신앙적 결과물들은 천주교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여러 번 언급했던 것처럼, 서방교회 전통에 있는 천주교나 개신교는 모두 이분들의 신앙적 유산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제게 가르침을 주신 신학교수님은 개신교 목사님이고, 또 종교개혁을 전공하셨던 터라, 그리스도교 신학의 삼총사는 바로 ‘어거스틴, 루터, 칼빈’이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이 대단히 옳다는 것을 늘 인정하고, 이들의 신학적 연구 성과가 그리스도교회 전체에 차지하는 의미를 늘 생각해왔습니다.

2. 교회는 여전히 계승되고 있다.

천주교는 기본적으로 개신교 종교개혁이 교회의 계승과 전통을 단절시킨 것으로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문제의식과 입장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처음의 교회로 되돌아가자, 복음의 교회를 새롭게 건설하자”는 것이었지, 교회의 분열이나 단절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어거스틴이나 토마스 아퀴나스, 프란시스 성인은 복음의 정신 앞에서 함께 평가받고 다시 존경받아야 할 것이지만, 그들의 성과가 곧 복음과 대치될 수는 없다는 주장을 했던 셈이지요. 그런 점에서 전통교회의 신학을 복음을 연구하면서 새롭게 해석하고 비판하기도 하고 긍정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서방교회라는 같은 전통 안에 있는 천주교와 개신교는 교부 신학의 완성과 기틀을 어거스틴에서 찾았습니다. 그러니 종교개혁의 출중한 신학자인 루터나 칼빈은 어거스틴의 직접적인 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또 교회는 중요한 신학자들의 주장과, 깨지지 않는 교회 제도를 통해서 계승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 천주교는 이견이 있을 줄 압니다만, 영속성을 가시적인 교회 제도를 통해 판단하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천주교 내부에서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3. 개신교는 종교개혁자들의 신앙을 승계하는 것인가?

개신교는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얽매인다면 종교개혁의 주장이었던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무색해지겠지요. 역사적으로 그런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복음서가 증언하는 하느님이요, 구원자로 오신 그분의 아드님 예수님이요,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주시는 성령님이지, 루터나 칼빈이 아님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또 루터나 칼빈은 그 역사적인 조건 속에서 복음을 해석하고 한줄기 빛을 주었던 것이지 그것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종교개혁의 거장이라고 해서 이분들의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되겠지요. 사정이 그렇다면 어거스틴이나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에 대한 평가도 그럴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신학을 승계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통해 표현되었던 신앙적인 성과를 계승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요.

그리고 성공회는 헨리 8세의 성과를 그렇게 큰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신학적인 성과라고 보면 더욱 보잘 것 없습니다. 또 성공회의 신학은 여느 다른 개신교처럼 어떤 거장들(루터,칼빈)을 통해 마련되지 않고, 다양한 신학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논쟁과 혼란 속에서 정리되었고, 현재도 정리되며 그런 신학적인 삶이 실험되고 있습니다. 다른 개신교들이 루터라니즘(Lutheranism)과 칼빈이즘(Cavinism)과 같이 그 거장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것과는 달리 성공회는 앵글리카니즘(Anglicanism), 즉 영국 전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삶의 총체성을 이름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극명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쉽게 말해서 문제는 학파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의 문제이겠지요.

4.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미 로마 가톨릭 교회와 성공회, 정교회, 기타 개신교는 일치를 위한 대화의 역사를 깊이 쌓아 오고 있습니다. 이런 대화는 서로에게 배움을 주고 받는 형태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천주교의 분도출판사에서 종교개혁자인 마틴 루터의 강론집을 번역해서 내 놓은 것도 그런 예입니다. 한국은 이상하게도 교파 간의 벽이 높아서 서로를 경원시하지만, 그것은 하느님의 뜻도 아닐뿐더러, 현재 세계 교회의 추세도 아닙니다. 이런 벽들은 결국 서로를 더욱 모르게 하고, 결국 오해하게 만들지요. 서로 겸손하게 배우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거기에는 교파 간의 담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답변이랍시고 시도했지만, 제 자신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합니다. 하지만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 속에서 정말로 “진리의 답변”을 주시는 분께서 미진한 부분을 채워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부족한대로 실어 보냅니다. 더 혼란을 부추기지 않을지 염려스럽지만.

주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된 형제 주낙현 신부 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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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khfaq

9월 29, 2001 , 시간: 3: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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